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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별.시.

마치 운명이 아닌것처럼..

by 현서* 2008.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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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나는 문득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그 여름밤이 떠올랐고
사랑이란 바로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어.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오지 않다가
방심하고 있을 때 문득 떨어지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 떨어졌구나, 라고밖에.

내 마음이 집착과 소유에 대한 갈망으로 어지러울 때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두라고 충고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나도 곧 알게 되었지.
집착과 갈망이 사라진 자리에는 텅 비어 아름다운 마음이
들어앉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됐어.
욕심도 없고 질투도 없는 마음.

 

 


나는 서투르게 그걸 배웠고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어.
시간을 충분히 두고 기다렸다고 생각했는데도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도 집착에 대한 욕구가 남아 있었지.
어떤 때는 책이나 음악이 그것을 도와주기도 해.
이제 됐어, 라고 그들은 내게 이야기해.
그렇다 해도.
나는 누구나에게 있다는 성심을 믿기 보다는,
마음이란 원래 그렇게 어지러운 것이라는 걸 믿고 싶어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차라리 내게 위안이 되니까.

 

 


너는 나의 운명이다.
나는 너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왔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며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너에게로 왔다.
네가 마지막 목적인지도 모르고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너에게로
네가 나의 운명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토록 숨가쁘게 달려오지도 않았을테고
그랬다면 지금쯤 행복에 겨운 아름다운 여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너를 향해 질주한 나는
불어오는 바람으로 살결은 거칠어지고 머리는 헝클어졌으며
목소리는 쉬어, 하지만 나의 튼튼한 심장과 다리는
너/ 만/ 을 /위 /해

 


잠에게 깨어보면 나는 흐르지 않는 시간의 한가운데 서서
지난 일에 대한 기억도 없이 미래에 대한 갈망도 없이
두 손을 늘어뜨린 채 무념하게 서 있는데
그 순간 너는 재빨리 흐르는 시간의 강을 타고
나에게 왔다가 재빨리 사라진다.
한없이 계속되는 그 순간 속에서
기억없는 나의 눈은 내 밖에서 운다.
지금에 와서 소용닿지 않는 너를 위한 시들과 레코드,
편지위로 쌓여가는 먼지, 그것들이 일제히 내지르는 소리-
운명이다 운명이다 그는 너의 운명이다 하면서,
손가락으로 끄집어내려 하면 소라껍질 안으로 더 깊이들어가
스스로 온몸을 찢고 죽어버리는 집게들처럼,
운명인 너는 더욱 네 속으로 깊이 들어가
나는 감히 소리도 내지 못하고
마치 운명이 아닌 것처럼.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혹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그것이 전부.
나 자신이 내가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그런 계절.
어째서 계절의 사소한 아름다움에 연연하게 되었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내 몸을 둘러싼 감각의 세포들이
점점 두꺼워질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것은 오히려 너무나 얇아져서
나는 아주 작은 아픔에도 소스라친다.
음악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내겐 안개를 헤치고 길을 찾을 힘이 없어. 도와줘.

 

 


물론 빌어야 할 소원 같은건 없었어.
소원같은건, 어른이 되면서 모두 버렸어.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 그건
너무 깊은 상실을 가져다 준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던 것들은
언젠가 나를 스쳐 지나가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사랑이란 건 그대와 나사이에
존재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몰라.
그건 어쩌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다른 세계로부터 잠시 왔다가,
우리에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것일 거야.
그대와 함께 한 시간보다
그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고,
사랑해서 행복한 시간보다 고통받는 시간이 길었던 건,
처음부터 사랑이 우리를 배려하지 않았던 탓이겠지.
언젠가 내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그대.
우린 꼭 그만큼만 사랑했던 거야.
혹은 사랑이 우리에게, 꼭 그만큼만 허락했던 거겠지.
나 없이 행복한 그대.
안녕,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아름다운 그대.

 

 

별이 떨어지는 것을 처음 보았을때,
나는 그것이 마치 눈물처럼 느껴졌어.
눈에 눈물이 맺혀서,
그래서 눈물방울이 동그랗게 만들어졌을때,
눈을 깜빡깜빡하면 또르르 떨어지잖아.
눈물이 처음 맺혔을 때의 그 느낌 알아?
그건 너무나 신비해서, 나는 언제나 내 눈에 첫 눈물이 맺힐때
그 눈물에 온 마음을 집중하게 돼.
그래서 내가 왜 우는지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말아.
눈물 한방울이 또르르르 굴러 떨어질 때,
나는 별 하나가 또르르르 굴러 떨어지는 것을 상상해.
별은 그런식으로 울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