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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별.시.

누야..

by 현서* 2008.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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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야/ 박영배

 

누야 우리옛날 사월 이맘때면 꽃구름피는 언덕배기

빨간 복사꽃 아래서 흥얼 흥얼 불러주던 그노래 지금도 부르나

바구니들고 함께 쑥뜯던 생각도 나나

무슨 무시매가 나보다 더 깨끗이 뜯어 왔느냐며 좋아하길래

이곳저곳 뛰어 다니며 더 깨끗하게 더 많이 뜯어온 기억도 나나~~~

 남의 밭에 들어가서 나물캐대가 들켜 바구니 채로 다뺏낀기억도 나나

그때 너무 우는 누야를 내가 달래기도 했지....

바다멀리 뱃고동 소리가 나면 장에서 돌아오실 엄마를 만나려

십리나 된길를 함께 마중 갔던 기억도.....

 

그런누야가 사월 이맘때쯤 연지곤지 찍고 꽃가마타고 시집가던날

난 괜히 슬퍼서 저만치 혼자앉아 누야가 부르던 노래를 흥얼 거렸지..

너무 부잣집으로 시집가는게 걱정 된다고

가난해도 편안 생활이 좋다고 한사코 엄마 손잡고 투정하듯 중얼 거리던 누야....

난 그때 괜히 미안해서 한소리겠지 하고 은근히 누야를 부러워했어..

 

그런 누야가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먹든 보리쌀 뜸물빵이 먹고 싶다고 다녀가고~~

노란 강냉이 죽이 먹고 싶다고 다녀가고....

홍어 창자에 풋보리를 넣어 끊인 된장국이 먹고 싶다고 다녀 갔었지..

그런데 알고보니 시집살이 서러워 없는집 아이라고 구박받고

못배운 아이라고 천대받고 혼자 울다가 혼자 달래다가~~~~

잠깐 잠깐 친정집에 찾아와서 차마 말도 못하고 그냥 돌아간거...

난 늦게 알았지만 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을거야!!!!

 

결국 시집을나와 지금은 수녀가된 누야 모습은

옛날 누야 그대로인데

칠순을 앞둔 주름진 얼굴 조용히 무릎꿇고 십자가앞에 묵상하며

다 내탓이라고 성호를 긋던 하얀손~~~~~

그옛날 사월 이맘때 꽃구름피던 언덕배기 복사꽃 아래서~~

누야가 불러주던 노래는 내귀에 쟁쟁한데~~~

그노래 다시 듣고싶다. 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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