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산책길에 오리 무리들을 만났다.
차디찬 물속에서도 한가롭기 그지없다.
요즘처럼 고병원성이다 해서 오리 수난시대에
얼음 있는 곳을 피해 물가로 나와서
세상모르고 노닐고 있다
이곳 오리들은 상팔자다.
저 멀리 성당 지붕이 정겹다.
2월에 이성당에서 친구 딸이 결혼을 한단다.
며칠 전에도 하루에 두 곳을 다녀왔다
시즌은 시즌인지
2월에도 역시 두 곳을 하루에 다녀와야 한다.
2014년 정초를 장식하는 결혼예식이 남의 일 같지 않음이다.
사위 본 친구 하는 말 든든하고 좋단다.
그 친구는 아들이 없이 딸만 둘인데
사위를 아들로 착각을 하나..ㅎ~
앨범 정리하다가 문득 떨어지는 한 무더기의 상장들..
둘째 아이가 간직해온 초등학교 때 받았던 상장들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언제 이런 상들을 받았는지
난 별 기억도 안나는 것들인데,
며칠 전에 내게 서운해서 쏟아냈던 말이 생각났다.
"엄마는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고"
"내가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던 상장을 찢어버린 거 엄마는 기억도 못하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나 상처받았어! 엄마한테!"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난 아들 선호 사상이 조금 있는 편인 것 같다.
딸이 초등학교 다닐 적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들어가 봤더니
동생이 누나한테 혼나고 있었는데, 물론 동생이 아들이다.
상황을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누나가 받은 상장이 동생이 잘못하여 한 귀퉁이가 조금 구겨지고 찢겨 있었다.
동생이 잘못 알고 그런 건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했었는데
딸은 좀체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난 화를 내며 너 같은 애가 상장을 받은 들 무슨 소용 있냐고
그 상장을 딸아이 보는 앞에서 갈기갈기 빡빡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았다.
그때는 몰랐는데
딸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이 든다.
딸아이에게 애잔한 마음이 안 들면 이상한 거지?... 이런 생각에
상장을 쭈욱 나열해서 사진을 찍어 미국에 있는 딸아이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엄마가 그때 정말 미안했었다고 사과도 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그때의 상황에 잘 대처하리라 하면서.
딸아이가 받은 상장은
주로 미술상과 독서상이었고 학습상,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님께 효도 표창장도 있었고
소년 조선일보 명예기자 임명장도 있었다.
아직도 난 그때 찢어버렸던 상장이 무슨 상장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보지도 않고 찢어버렸기 때문에
무슨 상장이었길래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뭐길래 그렇게 울고 또 울고
아직까지 상처로 남았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