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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뜨락

엄마가 미안해

by 현서* 201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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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산책길에 오리 무리들을 만났다.

차디찬 물속에서도  한가롭기 그지없다.

요즘처럼 고병원성이다 해서 오리 수난시대에

얼음 있는 곳을 피해 물가로 나와서

세상모르고 노닐고 있다

이곳 오리들은  상팔자다.

 

 

 

 

 

 

 

 

 

 

 

저 멀리 성당 지붕이 정겹다.

2월에 이성당에서  친구 딸이 결혼을 한단다.

며칠 전에도 하루에 두 곳을 다녀왔다 

시즌은 시즌인지

2월에도 역시 두 곳을 하루에 다녀와야 한다.

2014년 정초를 장식하는 결혼예식이 남의 일 같지 않음이다.

사위 본 친구 하는 말  든든하고 좋단다.

그 친구는 아들이 없이 딸만 둘인데

사위를 아들로 착각을 하나..ㅎ~

 

 

 

 

 

 

 

 

 

 

 

 

 

 

 

 

 

 

 

 

 

앨범 정리하다가 문득 떨어지는 한 무더기의 상장들..

둘째 아이가 간직해온 초등학교 때 받았던 상장들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언제 이런 상들을 받았는지

난 별 기억도 안나는 것들인데,

며칠 전에 내게 서운해서 쏟아냈던 말이 생각났다.

"엄마는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고"

"내가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던 상장을 찢어버린 거 엄마는 기억도 못하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나 상처받았어!  엄마한테!"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난 아들 선호 사상이 조금 있는 편인 것 같다.

딸이 초등학교 다닐 적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들어가 봤더니

동생이 누나한테 혼나고 있었는데, 물론 동생이 아들이다.

상황을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누나가 받은 상장이 동생이 잘못하여 한 귀퉁이가 조금 구겨지고 찢겨 있었다.

동생이 잘못 알고 그런 건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했었는데

딸은 좀체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난 화를 내며 너 같은 애가 상장을 받은 들 무슨 소용 있냐고

그 상장을 딸아이 보는 앞에서 갈기갈기 빡빡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았다.

그때는 몰랐는데

딸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이 든다.

딸아이에게 애잔한 마음이 안 들면 이상한 거지?...  이런 생각에

상장을 쭈욱 나열해서 사진을 찍어  미국에 있는 딸아이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엄마가 그때 정말 미안했었다고  사과도 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그때의 상황에 잘 대처하리라  하면서.

딸아이가 받은 상장은

주로 미술상과 독서상이었고 학습상,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님께 효도 표창장도 있었고

소년 조선일보 명예기자 임명장도 있었다.

아직도 난 그때 찢어버렸던 상장이 무슨 상장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보지도 않고 찢어버렸기 때문에

무슨 상장이었길래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뭐길래 그렇게 울고 또 울고

아직까지 상처로 남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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