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독과 갈등의 경전이다.
우리는 이 세상의 몸을 받을 때부터 고독의 의복을 입고 태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고독의 정면(正面)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고독의 시간이라야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를 만날 수 있고,
그때 참회와 기도가 생겨나게 되지만.
해서 모든 종교적인 시간은 고독의 시간이지만.
릴케의 표현처럼 "고독은 비와도 같은 것"이며,
"(고독은)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같은 잠자리에서
함께 잠을 이루어야 할 때"처럼 흔하게 찾아오는 것.
너무나 마음 쓸 데가 많아서 도무지 고독할 시간조차 없다고 말하지 말자.
시를 애송하는 시간에라도 우리는 우리의 근원적인 고독의 시간을 살자.
나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
고립감이 자기애로 나아가더라도.
설혹 자기애에 빠져 나르키소스처럼 한 송이의 수선화로 피어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