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말했다 날 봐 .. 내 눈에 들어와 봐 .. 그리고 풍덩 빠져 봐 ..
그녀의 사랑 이야기/동목 지소영
넌 없어지고 말지 .. 그런거래 .. 그게 사랑인거래 ..
도시는 말한다 .. 난 흙내음이 좋아 .. 난 사과 향기가 그리워
도시는 너무 황량해 .. 불빛은 동심을 흐리고 .. 날 내버려 두지 않아
팔과 어깨를 무겁게 하고 .. 혼탁한 불빛으로 날 어지럽게 해
나의 사랑은 말야 과수원 둔덕에서 촉촉히 젖는
잔잔한 빗소리이고 싶어 들길을 걸으며 볼에 와 부딪는
낮은 바람의 눈물이고 싶어
우리 마음이 늘 이렇게 함께 했으면 좋겠어 봄안개 내려앉는 산기슭을 열고
서로의 체온으로 지친 길도 따스하게 지켜주며 아침이슬로 머리 젖으면
하얀 손수건 토닥이며 빗질 해 주는
소년과 도시는 세월을 살았다
둘, 그들은...
둘인 그들은..
그 땅과 그 태양을 사이에 두고
어디로 가서 어느 즈음에 만날까 ... 파란 하늘가에 심던 꿈
앞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잡고 먼 길을 달려 왔다
돌아 보면 쓸쓸함, 빈 손 도시는 소년의 봄을 반추하며
흐려지는 눈을 비빈다
저 별이 너일까
소년은 떨리는 손과 발에 목양말 두르고
별빛으로 도시를 내리고 밤마다 편지를 쓰고
바람이 자는 밤 하늘의 고요한 노래가 들리면
하얗게 바랜 머리 위로 더듬거리는 지팡이 소리
이따금씩 기다림의 창에 생채기 내는 파열음
귓전에 부딪는다
*
*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그때에는 손전화라는게 없었어요
그래서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며 손편지를 받고
예쁜 편지지에 연필로 꼭꼭 눌러 쓴 답장을 보내곤 했지요.
긴 시간 되돌아가 예쁜 소녀가 되어봅니다.
해맑은 눈빛의 소년이 걸어 옵니다. 나를 기억합니다
입가에 쳐진 주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손을 잡습니다.
우리를 지켜준 작은 그리움의 끈하나 있어
이렇게 웃을 수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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