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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별.시.

.두 사람.

by 현서* 2008. 2. 3.

 

 

 

 

 

 

 

 

 

 

 두 사람만의 아침 - 류시화

 

 

 

 



나무들 위에 아직 안개와
떠나지 않은 날개들이 있었다.

다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었다.
오솔길 위로
염소와 구름들이 걸어왔지만
어떤 시간들이 되었지만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여기 이 눈을 아프게 하는 것들

한때 한없이 투명하던 것들
기억 저편에 모여 지금
어떤 둥근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들
그리고 한때 우리가 빛의 기둥들 사이에서 두 팔로
껴안던 것들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한때 우리가 물가에서
귀 기울여 주고받던 말들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고

새와 안개가 떠나간
숲에서 나는 걷는다 걸어가면서
내 안에 일어나는 옛날의 불꽃을
본다 그 둘레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숲의 끝에 이르러
나는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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