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잠자는 새벽시간..
아들이랑 단둘이서 도란도란 정겹다.
"밥 주세요"
술 한 잔 먹고 들어온 아들이 밥을 먹는 동안 아들이랑 엄마랑 두런 두런 이야기가 제법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빠도 술 한 잔 먹으면 밥을 그렇게 먹고 또 먹는데,
아들도 여지없이 닮았다.
그리고 말도 좀 많아진다.
평소에는 별로 말이 없어 재미없는 녀석이라 여겼는데 이건 좀 다행인 것 같다.
남자가 너무 말이 없으면 대화도 안되고 대화가 없으면 집안 분위기가 좀 삭막하고 엉성하지 않은가.
나중에 아들 짝꿍한테 너무 말이 없다 탓들을까 걱정했는데 그런대로 구수하게 이어지는 아들의 입담.
조용조용 낮으막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두운 실내에서 빛을 발하고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있는 듯 없는 듯이 별로 큰소리를 내지 않는 아들이다 생각했는데
밖에서는 나의 상상을 초월해서 와일드했다는 아들이다.
술 한잔 들어가니 아들의 생각들이 식탁에 펼쳐져 환히 들여다 보이니
나로서는 어인 횡재인지 모르겠다. ㅎ~
그만큼 말이 없었던 녀석.. 속에 뭐가 들어 앉아있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제 알았다고 해야하나
아들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언제까지일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기도 하여
불안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래도 저래도 엄마 마음에는 든든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으니
양면의 모순을 안기며
오늘도 출발하느라 바쁜 아들
보고 있으니 뒷모습이 애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