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진외가에 엄마 따라가면
넓은 마당 한쪽에, 빨간 작은 열매를 단 나무가 몇 그루 있었고,
내 키보다 약간 큰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를 바라보는 내 얼굴에는 동경과 환희가 교차했었다.
기억자 넓은 마루 따라 뒷곁으로 쫓아가면 빽빽한 대나무 숲이 대낮에도 어두웠던 기억...
바로 앞에 우물가에서 할머니가 빨간 열매를 씻어주셨다.
그 나무를 오늘 여기서 마주할 줄이야..
몇십 년을 거슬러 그 기억이 그대로 살아나니
잃은 것도 잊은 것도 아닌
그날의 풍경이 아련하고
다시 갈 수 없으니 그립기만 하다
내 머리맡에 사진으로 계시는
가끔씩 엄청 보고 싶은 할머니와 같이
유난히 정겹게 다가섰던 그동심 속 포리똥 나무가
오늘 내 바로 앞에 동화처럼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