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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별.시.174

.두 사람. 두 사람만의 아침 - 류시화 나무들 위에 아직 안개와 떠나지 않은 날개들이 있었다. 다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었다. 오솔길 위로 염소와 구름들이 걸어왔지만 어떤 시간들이 되었지만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여기 이 눈을 아프게 하는 것들 한때 한없이 투명하던 것들 기억 저편에 .. 2008. 2. 3.
이런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 2008. 2. 2.
비의 나무숲속에서 걸어간다 후두둑 비의 나무 숲을 헤치며 거리엔 온통 자신의 넋을 흔들어대듯 포플러나무를 흔들어 나뭇잎의 여생을 아슬아슬 재촉하는 사람들이 마른 잎사귀의 눈물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비의 나무 숲은 더욱 울창해지고 거의 말라버린 추억의 그대 얼굴 파르르 내 뇌수의 나뭇가지에서 흔들렸다 바스락, 지난날의 푸른 아픔들은 다만 거리 저편으로 뒹굴어 소멸해가고 물방울은 물방울을 떠밀지 않고, 그저 제 몸의 순서로 흐르는 강을 이룰 뿐, 무성하게 돋아난 비의 나무 숲을 가을 뒤늦은 마음으로 걷는다 아, 이 몸도 푸른 기운이 다하면 저절로 떨어질 비의 숲, 이파리인 것을, 이미 삶은 많은 것을 함부로 흔들어 우수수 탕진해버린 시간들이여 곤두박질치는 비의 나무 잎사귀처럼 흔적도 없구나 흔들지 않아도 비의 나무 아득.. 2008.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