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 남양주에서 콜이다.
딸아이 있는 세트장...
아이가 부르면 엄마는 네이~하고 곧장 달려간다.
예솔이 처럼~ ㅍㅍ...
그러고보니 몇시간 전 저녁 길을 잘못들어 고속도로로 나갔던 일은 우연이 아니었어..
오늘 꼭 가야했던 길을 미리 누군가가 가르쳐 준건데 그걸 모르고 집으로 가다니...ㅍㅍ..
네비찍고 가는 길이 생전 처음 가는 길인데..가다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길들..?
사방이 깜깜한 가운데 마음이 가르키는 감이 그렇다..분명 이길은 처음인데...
홀렸나? ...밤 늦은 길 스르르 어느 오지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퇴계원방향 일동쪽을 지나 춘천방향...가다가 좌회전 오남읍을 찍고 꼬불꼬불...
주유소 앞에서 좌회전 나무기둥에 간략하게 새겨진 아트뱅크 안내판이 시야에 들어오고
네비가 묵묵부답..지도도 끝이다. 안내는 여기까지...
ㅍㅍ...
뮤직비디오를 찍는 미술팀에서 일하는데 밤도 낮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
전공선택을 잘했어야 하는데..아니 딴따라 말고 공부나 했음 얼마나 좋으련...
우리시어머니 말씀 공무원이나 하지 무슨 그런 고생스런 일을 한다고 그러느냐...몸생각 해야지..
여잔 그저 월급쟁이 좀 하다가 좋은 신랑감 만나 결혼해서 내조하면서 집에서 살림하면 된다고..
ㅍㅍ...
내생각도 크게 다른진 않지만
어쩌겠나..아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뭔가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자 어린아이가 저렇게 동분서주하는데..
하다보면 성취감도 생기고 보람도 있을 거라 믿는다..
안스러운 마음뿐이라, 언제 어디서든 부르면 아이한테 달려간다.
한동안 운전을 못하겠다 해서 차가 집에 있기 때문에
남양주까지 팀이랑 같이 움직였다가 데릴러 오라고 콜을 한 것이다.
집에서 맨날 할일 없이 있는 엄마에 비해서 너무나 바쁜 우리딸..
할 수만 있다면 딸아이 전용기사라도 해주고 싶다.
차에서라도 잠시 눈좀 붙여 휴식을 취해주기 위해..
뭐든 못하리..여자는 약할 지라도 엄마는 강하다.
그런데 결사 반대하는 딸...
이래저래 고민..
쫓아다니자니 이상하고 놔두고 잊어버리자니 밟히고 ... 눈에, 어쩐다...?
저벅저벅 어둠속에서 외진 길을 내려오는 딸아이..
안도하는 나...
이렇게라도 아이를 데릴러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아이도 씩씩해 보여 고맙다...
내일은 수지 공방에 들려 일 보고 청담에 가서 알바 놔두고 점심식사 하고 을지로 가서 견적빼고
오후에 다시 남양주 셋트장으로 ...
ㅍㅍ..
이럴진데 내가 기사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요상한 상황 아닌가 .....